작가들이 흔히 작가 지망생들에게도 먼저 전자책을 내라고 추천한다. 이것은 번역가 지망생들도 마찬가지다.  일단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퍼블릭 도메인 즉, 고전 작품 중에서 적절한 분량의 좋은 작품이 있는지 찾아보고 번역을 한 후에 출판사를 알아보고 출판사를 찾지 못하면 일단 전자책으로라도 출간해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경험상 처음 출간하는 경우 조건은 출판사에 일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분량은 원고지 700매 정도만 되면 편집에 따라 200페이지 정도의 책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전자책만으로 충분하다고 하는 경우라면 아주 작은 단편 소설 분량이라도 출간이 가능하다. 가격만 맞추어 책정하면 된다.  

 

간혹 출판 카페에서 보면 종이책에만 집착하시는 분들이 있다. 종이책이 아니면 책이 아닌 줄로 아는 분들이 있는데 요즘 전자책이 전국 대학교나 기관 등 안들어가는 곳이 없다내 경우에 역서 중 몇 권은 판권이 필요없는 퍼블릭 도메인을 번역한 것이다. 오래 전에 출판사에서 종이책으로 출간되었는데 이후에 출판사가 문을 닫았고 제가 전자책으로 만들어 유페이퍼에 올렸다. 유페이퍼는 아는 것처럼 전자책 제작 및 유통 회사다. 유통도 잘 하는 편이고 정산도 비교적 정확하다. 그리고 유페이퍼툴을 다루는 것도 비교적 간단하고 바로 그 곳에 올리면 된다. 

 

 전자책은 e-pub이나 pdf 툴로 본인이 직접 만들 수 있다나는 전자책 몇 권을 유페이퍼에만 올려놓았었는데 그 곳의 전자책 판매 다운로드 횟수는 약 타이틀당 약 100회 정도다. 종이책에 비하면 당연히 많지 않지만 그래도 전혀 안팔리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 말고도 그렇게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고전 작품이 성공한 또 다른 예로 내가 번역한 것은 아니지만 작년 말에 발자크의 미지의 걸작이라는 책이 나온 적이 있다. 알라딘 조회를 해보시면 알겠지만 적어도 제법 팔린  것으로 보인다. 양장본 208p의 책인데 대략 원고 700매 전후 분량이다. 핵심은 작품이다직접 작품을 선택하여 번역해보고 책을 내는 출판사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이것조차 부담스러우면 지향점이 같은 동료와 나누어 번역하여 서로 문장을 봐주면 번역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다. 이것의 일차적 목적은 번역과 원서 읽기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전자책 출간은 이후에 여러 가지 면에서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을 홍보할 수도 있다. 요컨데 전자책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분이라면 소모하는 에너지에 비해 수익성이 크지 않아 권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예비 번역가라면 여러가지 목적으로 처음에 한번 정도는 시도해 볼만하다. 

 

 

 

  

 

  

'번역가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판 번역가가 되는 3가지 방법  (0) 2019.04.13
번역 판권 문제  (0) 2019.04.03

 

 

 

 

 

사실 번역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자주 묻는 것이 왜 번역가가 되는 공식적인 루트가 없냐는 것이다. 그들 눈에는 알음알음으로 번역자가 된 사람들만 보이는 것같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이  운에 맡겨져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같다. 하지만 분명히 루트는 있다. 단지 일반적 직업과는 조금 다를 뿐이다.

 

예를 들어 어떻게 소설가가 되나요? 라고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사람들은 대충 안다. 첫째 소설가 지망생들이 매년 많은 신문사의 신춘 문예를 통해 등단하는 방법이 있다. 신춘문예에 당선되면 자동적으로 출간 기회가 주어지면서 소설가로 등단한다. 그 이후에 그 사람이 책을 내든 안내든 상관없이 말이다.  문예지를 통해서도 등단할 수도 있고 그냥 이런 과정 없이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여 출간할 수도 있다. 그래도 소설가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신춘 문예나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면 실력있는 소설가로 어느 정도 사회적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저자 소개에 "신춘 문예 등단" 이라는 수식어구가 언제나 따라다니며 글의 품격을 높여줄 것이다.  미국 소설가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쓴 마가렛 미첼은 평생 동안 10년에 걸처 딱 한 작품만을 썼고 수많은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지만 책은 나왔고 그녀는 명작을 쓴 작가가 되었다.     

 

번역가도 마찬가지이다. 소설가와 다르다면 소설가가 완전한 창작을 하는 직업이라면 번역가는 일부만 창작으로 인정받을 뿐이다. 이 사람의 번역과 저 사람의 번역이 작품과 책의 판매를 결정지을 만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구별성이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가만큼 상상력과 창의성이 뛰어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책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번역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따르면 되지 않을까.

 

 첫번째, 일단은 자격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어떤 번역이든 자격 조건은 잘 없다. 출판 번역 또한 마찬가지다.  공식적으로 자격이 요구되지 않는다 해도 이 일을 오랫동안 하고 싶은 사람이면 적어도 석사 이상은 갖추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학력 인플레가 심한 곳이 번역 분야이다. 역자 프로필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박사이다. 유학을 한 사람들도 많다. 번역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의 심리에는 적어도 나보다 학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이 번역한 것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어하는 인간의 편향이 작용한다. 학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경우 번역 능력만 갖추면 출판사에서 호감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출판사에 자신의 소개서와 책을 일부 번역한 내용과 함께 메일을 보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두번째 서울이나 경기도 권역에 산다면 일단 출판사에 취업하여 번역할 기회를 얻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같다. 처음 번역을 맡을 때는 출판사 일을 주로 하고 번역을 사이드로 하면서 번역료는 출판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낫다. 그렇게 하면 출판사로서는 밑져야 본전인 셈 치고 한번 맡겨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언어라는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누가 선뜻 초보자를 쓰려고 하겠는가? 번역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문장 하나를 해석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책의 난이도는 고르지 않다. 시작 부분처럼 비교적 쉬운 부분도 있지만 어려운 부분도 있다. 어려운 부분에 오면 전체적인 행간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한 페이지 번역을 잘했다고 책 전체를 잘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번역을 했는데 내용 파악이 잘 안되어 있어 재번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대신 두번째부터는 반드시 적절한 번역료나 원고료를 받아야 한다.  

 

세번째 출판사에 자신이 기획한 책을 소개하는 방법이다. 가장 어려운 관문이면서 역자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길이다.  출판사에서 기획한 책을 번역만 하면 많은 경우 출판사가 주도권을 잡게 된다. 하지만 역자가 기획한 책이라면 원하는대로 관철시키는 것이 다소 쉽다. 하지만 이 경우의 단점은 기획하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리고 작품을 기획하여 출판사에 보내봐야 답을 해주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책이라면 출판사에서 즉시 피드백을 보내줄 것이다. 작정하고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이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출판 동향을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비슷한 작품이 잘 팔렸다면 출판사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이 세계를 오랫동안 지켜본 바 출판업계의 앞날이 그렇게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1쇄가 3000부인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1000부를 찍은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만큼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  출판사만 책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번역가도 이것과 직결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번역가 처우는 20-30년 전보다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 출판업 자체의 불황 앞에 번역가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출판업의 위기 앞에서 개인이 목소리를 높여봐야 출판사가 문을 닫는 결과밖에 초래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내가 기획한 세 타이틀이 출판사에 의해 받아들여져 판권 확인을 하고 있는데

세 작품 모두 딜레마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3작품이 한꺼번에 이런 경우에 처한 적은

없다. 확률적으로 셋중 하나는 언제나 크게 어렵지 않게 계약이 되기 때문이다. 

한 작품은 1980년대 작품으로 우리나라에 한 작품이 출간되어 다소 알려져 있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저자의 인지도를 보고 결정한 작품인데 판권 확인 요청을 한 지

두어달이 되어가는 데 답이 없다. 저자를 알아보니 90세 정도라

달리 인터넷이나 온라인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여 그냥 포기 상태이다.

 

두번째 작품은 2010년대 작품인데

출판사에서 한 에이전시에 판권 확인을 요청했지만 오리지널 출판사에서 답이 안오자

에이전시를 바꾸어 다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답이 없다.

내가 구글을 통해 저자의 메일을 알게 되어 E-메일을 보냈더니

오리지널 출판사에서 판권을 홀딩하고 있으니 그쪽으로

접촉해보라는 첫 답장 이후에는 달리 말이 없다.

역시 에이전시로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

역시 방치 상태이다. 이런 상황은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상황인데

보통의 경우 같으면 오리지널 출판사에서 한국으로 전자책을 먼저 보내주며

판권을 팔고 싶어한다. 

왜 자신들에게 수익이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세번째 작품은 2000년대 작품인데

출판사에서는 에이전시에서 답이 오는대로 역락을 주겠다고 했는데 답이 없다. 

이 작품의 오리지널 출판사는 우리나라에서 독점 계약을 맺은 에이전시만 거래하고 있어

답이 오기는 올 것같은데 그래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나마 이 저자는 채널이 많아 어떤 식으로든 접촉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내가 역시 저자의 홈페이지 e-메일 주소로 판권 정보를 알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는데 "읽지 않음"상태로 있다.

(스팸 메일로 여길 수도 있을 것같아 한국 출판사에서 판권 정보를 알고 싶어한다는 제목으로 보냈다.)

사실 출판사에서 일단 에이전시로 연락이 오면 정말 잘 알아서 하는데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에 참으로 무력하다.  

 

내가 출판인들이 있는 사이트에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되는지

글을 올렸더니 다른 번역가들의 답이 달렸는데 자신들의 고충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보다 심한 경우도 있었다.

그 분은 저자에게 메일로 자신의 작품을 번역해도 좋다는 동의를 받고 번역을 했는데

나중에 출판사에서 알아보니 

판권이 저자에게 있지않고 오리지널 출판사에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대개 출판권을 5년 정도 가지고 있는데 

외국의 경우는 잘 모르겠다. 그 분은 출판을 포기했다고 했다.

아무튼 판권 문제는 큰 출판사에서 최신 작품의 판권 계약을 맺는 것은

정말 어렵지 않은데 시간이 지난 작품의 판권은 이렇게 딜레마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