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생의 종착지에 들어서기 전에는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감히 상상하지 못한다. 아직 젊고 건강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이 싫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해 아버지가 암으로 요양원 중환자실에서 세상을 떠나면서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과 작별을 하는지 보게 되었다. 한 마디로 조금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병실에는 온전한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식이 없는 것도 아닌 많은 노인들이 콧줄과 정맥 주사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방문할 때 침대 주인이 바뀌어 있다면 그 노인은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 모습에 다소 충격을 받았지만 점차 그것이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모습인 것을 알게 되었다.
호스피스 간병인으로 일한 경험을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하여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브로니 웨어라는 호주 여성이 있다. 호스피스 간병과 관련된 그녀의 블로그의 글은 결국 책으로 출간되어 전세계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죽음을 앞둔 노인이나 사고나 병으로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의 마지막을 보살폈고 그들의 임종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눈 경험을 통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제일 후회하는 5가지”를 이렇게 꼽았다.
1.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삶의 통과 의례로 받아들이며 맞지 않는 배우자에게 속박당한 삶을 산 것을 후회한다.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삶에서 벗어나면 비웃음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자신의 인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산 것이 후회스럽다. 좀 더 일찍 용기를 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2. 일은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어도 되었는데. -은퇴한 때까지 일에만 치중한 결과 외롭게 죽어가고 있다. 최악은 은퇴 후에 더 외로워진 것이다. 자식들이 독립하고 살만해질 즈음에 동반자적 삶을 누리려고 은퇴를 기다리던 배우자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 삶은 다시 위기에 빠졌다. 너무 열심히 일한 것을 후회할 인생을 살지 말라. 일과 삶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3. 내 감정을 표현할 용기가 있었더라면 - 가족에게 나의 마음과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그 결과 가족은 지금 이 순간까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고 있다. 그것을 표현하기에는 이제 너무 늦어버렸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진작 용기를 냈을 것이다.
4. 친구들과 계속 연락하고 살 걸 - 친구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인생은 흘러가고 인생의 종착역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이 세상에서 나를 이해해주고 내가 살아온 삶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외로움은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해주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때 생긴다.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와 계속 연락을 주고 받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5. 나 자신에게 더 많은 행복을 허락했더라면 -상황이 어렵고 사는 것이 힘들다 보니 이 세상에서 행복해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나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한 삶을 살았다. 나 자신에게 더 많은 행복을 허락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물론 죽음을 앞둔 노인들의 이 다섯 가지 후회는 순위로 매겨져 있는 것도 아니고 여론 조사를 한 것도 아니다. 아마 그녀가 노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것을 고른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라가 달라도 전혀 낯설거나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마 우리나라 노인들에게 물어보더라도 이 비슷한 답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서구인들은 문화가 다르고 삶의 스타일이 달라도 죽음 앞에서 전혀 다르지 않았다. 돈이 많은 사람이나 많지 않은 사람도 죽음 앞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돈이 많은 사람은 큰 집이나 호화로운 사립 요양원에서 간병인을 두고 보살핌을 받고 돈이 많지 않은 사람은 보통의 요양원에서 보살핌을 받는 차이일 뿐 병약하고 외로운 것은 똑같았다. 죽음 앞에서 요양원의 호화로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창 때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사람과 낮았던 사람도 큰 차이가 없었다. 조금 다르다면 잠시 방문자가 많은 것 뿐이었다.
요컨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존감을 잃지 않고 가족들 앞에서 “정말 보람있는 삶이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정말 후회없이 살다간다”고 마지막 말을 남기는 임종의 광경은 흔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인간에게는 잘 죽는 것이 마지막 숙제로 남겨진 셈이다. 우리가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죽을지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그나마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보람있고 의미있고 후회없는 삶을 사는 것 뿐이다.
스티브 잡스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은 인생의 중대한 선택을 돕는 도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알몸이다. 가슴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런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일까...브로니 웨어는 호스피스 간병인으로서의 경험을 교훈삼아 결국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한다. 작사 작곡을 하고 앨범도 내고 음악을 가르친다. 브로니 웨어... 아직 죽음이 멀게만 느껴져서 그런지 몰라도 간병을 하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닌 그녀의 자유분방한 삶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욱 깊이 와 닿았다. (그녀가 낸 책 “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29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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